본문 바로가기

봄-study/신문만들기

'개미와 베짱이' 식당의 주인장님!

  신동민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과 글자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림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지만 특별히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당신을 알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하고 싶어요. '개미와 베짱이' 식당을 방문하게 된 것이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편지를 씁니다. 나는 당신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문을 열고 들어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요즘 여러 가지 책과 강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의 보수적인 성격과 고정관념으로 인해서 내가 몹시 고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내 기준으로 선악을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나는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했지요. 중용을 높은 가치에 두고 생각했고 나 자신은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답니다. 부끄럽게도 나는 정의롭고, 선하고, 사려 깊으며, 항상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답니다.
  "너는 왜 이렇게 하지 않니?"
  나 자신이 이렇게 다른 사람을 질책하고 강요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답니다. 그래서 종일 마음속으로 이 말을 되뇌면서 지낸답니다.
  '깨어지고, 또 깨어지고…….'

   개미와 베짱이의 식당에 방문한 후 많은 것을 생각했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용서하고 베푸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한 번도 베풀 줄 모르는 개미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현재를 즐기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답니다. 그저 시간을 알뜰하게 보내려고 노력하며 살아 왔지요. 저는 재미있게 잘 놀 줄 아는 성격이 아니었고, 그런 일에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그래서 베짱이는 가치없는 삶을 살아가는, 당연히 없어져야할 곰팡이 같은 존재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젠 다른 관점으로 상대방을 보게된 겁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사는 사람도 인정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이제부터 저는 개미와 베짱이를 읽으면서 이 사람의 옳은 것, 나쁜 점,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이제부터 개미와 베짱이의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개미와 베짱이는 모습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죠. 사고방식과 재능이 모두 다릅니다. 물론 삶의 모습이 다른 건 당연한 것이죠.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거기에서 다시 출발하고 싶어요.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는 것.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거기에서 출발한다면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일이 아닐까요?(2006.6)


'봄-study > 신문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독서신문  (1) 2009.06.03
복녀의 아비에게.  (0) 2009.06.03
함민복의 '부부'를 읽고  (0) 2009.06.03
어린시절  (0) 2009.06.03
한국의 예술  (0) 200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