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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문화공간/art

꽃을 만들어요

 

  아들의 생일에 만들어 준 장미꽃이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이의 책상위에 놓여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약간 물이 날려서 오래된 느낌이 팍 들지만 멀리서 오며가며 볼 때마다 아직 예쁘고 기분이 좋다. 친구의 개업식에 비슷한 것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그냥 선반위에 얹어두고 오며가며 보라고 했다. 
(이번엔 조금 납작한 아이스크림 컵에 담았다.)
   
 

 
딸의 졸업식날, 꽃을 들고 가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작은 장미꽃 쉰 개를 만들어 부케처럼 다발로 묶었다. 버리기 아까운 플라스틱 장식을 넣어 두었다가 만든 꽃을 끼웠더니 너무 예뻤다. 지금도 아이의 피아노 위를 장식하고 있다.
 






조카가 합창 발표를 한다. 그날 주려고 작은 꽃을 만들어 두었다.




















                                                          꽃
                                                                                                       손정은
  꽃은 아름답다. 살아있는 생명은 경이롭고 우리의 감정을 신선하게 한다. 좋은 일이 있을때 꽃을 주고받는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갓 결혼했을 때  노란 국화꽃 화분을 들고 찾아온 친구가 있었다. 그 감동을 나는 아직 간직하고 있다. 꽃도 예뻤고 그 친구의 마음도 꽃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나 살림이 서툴렀던 시절이라 꽃을 키우는 것도 잘 되지 않았다. 진딧물이 가득 붙어서 옆의 다른 화분까지 번지더니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나는 아직도 그 꽃에게 미안하고  친구에게도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절대로 국화 화분은 사지 않는다.  아파트에서는 햇빛을 보는 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빛이 강한 남향 베란다에서도 조금만 물을 자주 주면 진딧물이 생긴다. 물 주는 횟수와 양도 집집마다 다른 것 같았다. 또한 분갈이를 다르게 하면 화분마다 흙의 성질에 따라 다르게 물을 주어야 한다. 요즈음은 흙도 종류가 너무 많아 화분마다 흙이 다 다르니 얘들이 나를 무척 힘들게 한다.
  음악회, 졸업식, 개업식을 하고 나면 꽃이 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들어오는 화분이 너무 많아 감당하기 어렵다. 며칠 지나면 시든 꽃다발을 분리해서 재활용 봉지에 넣어야 하는데  꽃도 아깝고  준 사람과 꽃에게 미안하다. 꽃값도 장난이 아니고 손질하는 꽃집 주인의 솜씨도 너무 좋아서 버리기엔 아까운 작품들이다.
  꽃다발, 꽃바구니는  아름답지만 금방 시들어 버리니 마음을 슬프게 한다. 주는 사람의 소중한 마음을 오래 지켜주지 못하는 죄책감마저 들어서 스프레이를 해 주기도 하고, 어떤 꽃은 드라이를 해 보기도 했다. 생화를 그대로 말려 오래 보려고 오아시스를 제거하고 건조시켜 본적도 있다. 건조된 꽃의 모양이 조금 예쁘지 않아도 항아리에 꽂거나 피아노 위에 얹어 두곤 했다. 먼지기 뽀얗게 앉을 때까지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 보는 것이다.
  화분은 그래도 뿌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계속 그 아름다움을 유지시키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그런 계기로 받는 화분은 잘 키워서 해를 넘기기 어려웠다. 무겁고 조심스러워 이동하기도 힘이들고 집집마다 관리할 수 있는 환경도 다르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꽃을 만든다. 두고 보면 예쁜 조화도 많지만 나는 그래도 나름대로 정성이 들어간 꽃이라고 자부하며 단순하고 깔끔하고 부담스럽지 않는 크기로 꽃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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