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겨울-기도/손이야기

블로그 중독일까요?

블로그 생각을 하루 종일 하면 중독일까요?


제가 커피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 방에 서쪽으로 난 창이 있었는데요. 석양이 붉게 물들면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커피향이 나는 겁니다. 물론 커피는 없는데도 코로 커피향이 느껴지는 겁니다. 그러면 경국 주방으로 가서 커피를 끓이는 겁니다.



문경에서 활동하시는 어느 장인의 도자기 전시장에 갔다 와서 잠을 못 잤습니다.
천정 위로 낮에 본 도자기들이 밤새 빙글빙글 돌며 돌아다녀서 잘 수가 없었죠.



다리를 절면서 테니스장에 다니는 친구가 있습니다. 테니스를 너무 많이 쳐서 발목 관절염이 심한데도 계속 하다가 인대까지 늘어났답니다.
의사가 테니스 치면 안 된다고 했다는데 끊지 못하고 자꾸만 다닌답니다.

운동 중독! 그게 그렇게 무서운 줄 그때 알았습니다.


컴퓨터 게임은 계속하면 안 되는 것이 확실하죠.


카드 게임도 계속하면 안 되는 거죠?



그러면 게임 안하고 인터넷 하는 건 괜찮을까요?



블로그는 종일해도 괜찮을까요?

처음 블로그를 할 때는 한두 달 동안 거의 매달리다시피 했습니다. 자료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자료를 많이 올리기도 했지만 올린 자료를 2-3번 씩 수정하느라고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처음에 블로그를 너무 심하게 많이 해서가족들이 걱정을 하더군요.2시간 이상 하지 말라고 하고...운동하자고...ㅎㅎ강요당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컴퓨터 중독이 아니고...초보라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다 실수가 많아서 자꾸 고치느라고 그런거야.”

저는 문제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변명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요즘 바쁜 일이 있어서 거의 블로깅을 잘 못하고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니까 요즘 제가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블로그를 할 때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했고 안 해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사실 시간 있으면 하고, 볼일도 다 보고, 운동도 다 하고....
항상 하는 일에 열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요즘...

제 정신 세계가 의심이 드는 겁니다.

마음이 블로그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는 말씀이죠.



카메라가 그 증거물입니다.

외출할 땐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무엇을 보든 찍습니다. 전에는 사람을 주로 찍었는데요. 요즘은 사람만 빼고 다 찍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을 따돌리고 다른 방향으로 렌즈를 갖다댑니다. 어디 가서 사람이 적으면 매우 기뻐집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좀 없었으면 하는 못된 마음까지 듭니다. 어떤 땐 사람 다 지나가도록 기다려 보기도 합니다. 겉으론 초상권을 핑계대지만 사실은 사람 없는 사진을 찍고 싶은 겁니다. 블로그에 올리려고...



음식...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집에선 음식을 만드는 일보다 사진 찍는 일이 더 급해졌답니다.

요리 하는 시간도 두 배나 걸리고...

음식을 다 만들고 나면 사진 찍느라고 김을 다 빼고 나서 식탁으로 올라갑니다.

 

어느 날 시어른들과 식당에 갔는데요.

제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음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른들께서 안 잡수시고 기다리시는 겁니다.

세상에...우리 딸이 엄마가 음식 사진 찍어야 한다고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했답니다.

글쎄....이런 고얀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저 그렇게 나쁜 며느리 아닌데 그날 얼마나 죄송하던지.....

그래도 뻔뻔스럽게 사진 찍었습니다.ㅋㅋ


찍어 놓은 사진은 계속 쌓이는데 정리도 못하고

포스팅도 못한 사진이 들어있는 새 폴드가 자꾸 늘어나는데....

그래도 계속 찍는다는 것...

마음 밑바닥에 항상 블로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지요.


메모지와 수첩도 달라졌습니다.

항상 메모지와 수첩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블로그에 대한 생각만 자꾸 메모를 하게 된다는 것...

열심히 바쁘게 살고 있는데....

사실은 하루 종일 블로그 생각만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의심스럽답니다.
홈페이지를 10년 정도 운영했지만 별로 방문자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만드니까 방문자가 많아졌지요.
제가 환경신문, 독서신문을 워낙 많이 올려서....
방학 때는 학생들이 정말 많이 방문을 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저도 예전엔 필요한 공식 홈페이지 말고는 방문하지 않았는데요.

아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블로그를 하다보니 이웃이 자꾸 생기고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르는 곳도 이제는 잘 찾아갑니다.

블로깅 하다보면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그 재미에 푹 빠진 겁니다.



요즘....블로그에 포스팅할 시간도 부족하고...

이웃 블로그를 방문할 시간도 조금 밖에 못 내면서..

하루종일 블로그 생각을 하는 저는 블로그 중독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