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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study/어린이와 그림책

'병하의 고민 '을 읽고

병하의 고민

     첫 장의 삽화는 검은 선으로 무심한 듯 그린 것 같은 그림들이지만, 사람들 표정과 느낌이 무서울 정도로 살아있었다. 장애아들을 자신과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며 흘깃흘깃 쳐다보는 사람들의 모습과 감정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 그림이다. 하지만 갈수록 그들을 알아가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해가면서 색도 조금씩 더 채워지고, 마지막 장은 푸른 언덕 위에서 함께 따뜻함을 나누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처음 책을 받고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아이가 손으로 직접 쓴 듯한 제목과 그림체가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 좋았고, 낯설지가 않았다.

 '혹시 이 아이가 병하일까?'

 '아직은 어린 병하에게 어떤 고민이 있을까 몹시 궁금하였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독서를 하는 삽화가 보여서 속표지에 있는 작은 그림들 속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제야 장애를 가진 여러 아이가 함께 등장하는 책이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뜻밖의 질문에 몹시 당황하였다.

   “저 아이는 왜 이 세상에 온 거에요?”

왜 이 세상에 오다니,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보통 어린아이는 그렇게 질문을 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저 아이는 왜 몸이 저럴까요?”

   “저 아이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요?”

   “저 아이는 무서워요.”

이것이 정상적인 어린아이의 표현이 아닐까?

   왜 이 세상에 온 거에요?”

가족이나 친척 어른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책을 읽는 어른인 나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이어서 나오는 할머니의 이야기 부분은 아주 좋았다.

   연한 순 같은 아이가 고운 모양도 없고, 몸을 가누는 것도 조마조마하고.”

이 부분을 읽으며 가슴 한쪽이 아렸다. 그들의 모습을 너무나도 사진같이 표현한 그림이기에 더 생생하게 그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한 문장 한 문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고, 더 강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 뒤의 준구의 이야기부터 다시 조금 어려워졌다. 이 그림책이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이라면, 일단 이 부분부터 글자가 너무 작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초등 고학년 책이 되어 버려서 저학년 학생들이 읽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여러 가지 경우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는 있었다. 고학년이나 어른이 읽을 수 있는 좋은 그림책도 많지만, 그림책은 먼저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나이를 생각해서 글자가 좀 더 굵고 커야 한다. 또한, 준구의 담임선생님의 글은 어른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어린이의 입장에서 공감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희의 이야기도 문체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편지글로 써 놓으면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차라리 미희의 이야기는 따로 하나의 그림책을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선생님의 글이 아니고 어린이의 대화체로 말이다.

   의동이의 이야기도 사건처럼 기술해 놓고, 후원금으로 마무리되었는데, 그 아이가 왜 거기에 올라갔는지, 어떻게 올라갔는지, 의동이의 마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보였다어른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장애를 가진 아이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 아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뒷부분은 장애아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체험수기를 모아 놓았는데, 대부분의 체험 수기가 어른을 위한 입장에서만 써 놓았다. 찬경이네 학교 사회 선생님도 결국 찬경이의 말을 들어주지 못하였다. 찬경이가 어렵게 들었던 그 손을 놓지 않고,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을 받아 든 순간 가슴이 아련하였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있다. 처음에는 우리 모두가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나누며 살아가야 할 주제라 무척 반가웠고, 그들과 공존해서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더욱더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소개되어 앞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좀 더 배려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양철북출판사의 새 그림책 병하의 일기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양철북 출판사를 아주 좋아하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병하의 고민'을 읽고 아쉬운 점이 좀 많았지만…….

이것을 계기로 더욱 좋은 책 만들어 주실것이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