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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기도/손이야기

카네이션은 자녀의 마음을 살펴보는 꽃

 

 

카네이션, 

자녀의 마음을 살펴보는 꽃이 카네이션입니다.

 4년 전 어버이 날,

아이가 조그만 카네이션 화분을 사 왔습니다.

“고마워. 엄마는 뿌리 있는 식물이 좋아. 이젠 이 화분 잘 키우면 매년 어버이 날마다 꽃이 피겠지. 엄마는 해마다 이 꽃을 보며 네가 준 카네이션이라고 생각할게.”

  처음 이 선물을 받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그럴 생각이었지요.


물론 물도 잘 주었습니다.
화분도 바꾸어주고 볼 때마다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했지요.
1년 내내 카네이션이 의미하는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 카네이션을 참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화분도 물과 관심만으로는 잘 자라지 않더군요. 그 식물의 특성을 잘 알고 알맞은 사랑과 관심과 영양을 주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제가 카네이션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큰소리친 것이죠.


카네이션은 꽃이 지면서 점점 시들해져 갔습니다.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물주는 날을 빼먹게 되고 카네이션의 푸른 잎도 표시나지 않게 조금씩 말라갔습니다. 카네이션 꽃송이가 조롱조롱 달려있는데 왜 피지 않고 말라버릴까? 이런 저런 영양제도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말라가기 시작 하니까 잘 회복이 되지 않더군요.

이듬해 겨울이 지나면서 카네이션은 세 줄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식물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못 얻어먹은 아이처럼 비쩍 마르고 시들한 모습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른 화분은 싱싱하게 잘 자라는데 카네이션이 집에서는 잘 안 되는 식물인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3월이 되니까 꽃봉오리가 올라왔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요. 매일 매일 들여다보면서 생각했지요. 그래도 어버이 날이 되면 꽃을 볼 수 있겠지. 그런데 웬일일까요. 꽃이 피지를 않는 겁니다. 꽃 봉오리만 맺혀있을 뿐 더 이상 올라오지를 않아요.

 정말 무지한 사람입니다. 그저 늘 하던 대로 쳐다보며 애만 태웠습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는데 아이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하고 부지런히 물을 주었지만 5월이 다 끝나도록 꽃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9월이 지나서 겨우 한 송이 그것도 분홍색으로 꽃봉오리가 올라오다가 시들어버렸습니다. 저는 몹시 우울했지만 카네이션은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요. 그리고 빨간 카네이션 꽃을 해마다 보겠다는 마음도 좀 버렸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그저 죽지만 말아라. 너는 아마도 일반 가정에서 자라기는 힘드는 식물인가보다. 그렇게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도 꾸준히 물도 주고 영양제도 주었더니 분홍색 꽃이 한 송이 피었습니다. 또 다른 봉오리들은 올라오다가 멈추어버리더군요. 실내에서는 이 한 송이만 피우기도 힘이 드는가보다. 아 분홍색이라도 고맙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서 꽃을 피워주다니 피기만 피어다오 하고 부지런히 물을 주었지요, 그랬더니 이게 웬일입니까...지난해에는 10월에 카네이션 꽃이 피더군요.

‘아하, 카네이션이 원래 오월에 피는 꽃이 아니었구나. 꽃말이 어버이의 사랑이니까 식물원에서 5월에 피도록 재배를 하는 것이었구나,’ 하고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어떤 친구가 자기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양제를 준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카네이션은 잘 기르면 1년 내내 꽃이 계속 핀대요.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화분에 거름이 너무 과하면 죽는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영양제를 잘 주지 않았거든요.

 ‘나도 내 나름대로는 식물을 잘 키운다고 자부해 왔는데...’이게 뭐냐구요. 너무 무식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고 정말 카네이션 화분에게 미안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비타민을 식물에게 주면 좋다고 해서 오래된 영양제를 하나 녹였습니다. 큰 플라스틱 통에 물을 가득 넣고 희석을 해서 화분에 골고루 부어 주었습니다.


  아 그랬더니...
며칠 후부터 식물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 후, 빨간 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 했습니다.

  분홍이 아닌 빨간 봉오리 말입니다.

 세상에....
 한 달 후에 비타민을 다시 한 번 주었습니다.
 습기 때문에 못쓰게 된 비타민이 좀 있었거든요.

 

 바로 이 화분입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4년 만에 피워보는 빨간 꽃이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에....내일이 어버이 날...오늘은 5월 7일 인데요. 이렇게 카네이션이 빨갛게 활짝 피었습니다.

얼마나 귀하고 사랑스러운지......


아침에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아래쪽 줄기가 4년 전 그 줄기 그대로거든요.

키가 너무 자라서 급한 대로 나무젓가락으로 지지대를 만들어 준 것이 작년의 일입니다.

처음엔 저 나무젓가락을 빼고 사진을 찍을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

  ‘아 카네이션 꽃을 보는 일이
     아이를 키우는 것과 꼭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카네이션 꽃을 보고 싶다면 ....
  꽃을 보고 싶다면....’


 어버이날은 카네이션을 받고, 선물도 받고,

 그저 뿌듯하고, 행복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날이 아니구나 하고 말입니다.


저 꽃을 피우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저 카네이션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으르고 무지한 주인을 만나서 꽃도 제대로 못 피우고 지치고 힘든 날이 얼마나 많았으면 분홍색 봉오리 피우려고 애쓰다 멈추었을까...그 풍성하던 잎들 다 시들어 제거해 버리고 세 줄기 남은 것이 쓰러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을 하니 우리의 자녀들의 힘든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찡 하더군요.


저 카네이션은 알고 있습니다.

물은 주다가 말다가....

내 기분나면 물도 주고 영양분도 주고,

바쁘면 못주고, 귀찮으면 안주고,

그리고 한참 잊어버리고...

그러면서도 이만하면 잘 키우는 거라고 자만하면서 너는 왜 이 모양이니? 넌 그것밖에 안 되는 식물이구나. 하고 마음을 접었던 부끄러운 저의 모습을 말입니다.


어버이날, 부모님의 소중한 사랑에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버이날이 부모들만을 위한 날은 아닐 것 같습니다.


카네이션을 사 들고 와서 사랑을 표현하는 자녀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요.

그리고 내가 과연 어떤 부모인가 겸허하게 살펴보는 날이 아닐까 하고 혼자서 반성을 해 보았습니다.

이 카네이션 화분에서

빨간 꽃이 계속 피어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항상 살피고

진정으로 무엇이 자녀들을 이롭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지.....

어떤 지지대를 받쳐 주는 것이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올해는 이 빨갛게 핀 카네이션이 말해줄 것 같습니다.

너희들이 엄마에게 보내준 사랑 이렇게 잘 받고 있다고...

엄마도 너희들의 마음을 소홀히 하거나

흘려버리는 실수를 할까봐 늘 노심초사했다고...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저는 이제부터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카네이션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