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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기도/손이야기

아이가 자퇴를 했대요


지난 6월의 일입니다. 친구에게서 갑자기 문자가 왔습니다.
'민이가 학교에 안 다닌대...기도해 줘'

'이제 고 1인데……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친구와 싸웠나?.........며칠 저러다 괜찮아 지겠지……그래도 학교는 졸업을 해야지...공부도 공부지만 친구도 없이 혼자서 살수는 없는 일인데....'

민이는 공부 때문이라고 했답니다.
성적이 너무 안 나온다고....집에서 혼자 공부를 좀 해서 내년에 복학한다고……
 부모와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하고 설득을 했답니다.
부모는 이유가 공부라니까 개인 과외를 하기로 하고 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약속과 다짐도 받았겠지요.....

며칠 후 또 전화가 왔습니다.
'애가 학교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와 버렸어. 학교에 안 다니겠대..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그 때 시간이 10시 경이었습니다. 민이는 다시 학교에 가기로 약속을 하고 며칠 다니다가 그냥 집으로 와 버렸대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학교는 못다니겠대요.

"내가 알아서 해요."
"……."
부모는 더 이상의 말도 할 수 없고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하네요.
상담이나 여행이나 대화를 모두 거절하고 집에서 있답니다.
엄마는 울고...또 울고...
아이와 대화가 안되고...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지켜보는걸 싫어하고... 같이 뭐라도 하려고 하면 화를 내니까 더이상 화내지 않도록 배려해 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아이가 자퇴를 했대요.
전화를 했더니 자퇴를 했다고 하더군요.
왜 벌써 그렇게 했냐고....했더니...아이가 학교엘 안 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지금 어떻게 지내는 지 물었더니.....컴퓨터만 한대요.
게임도 많이 하지만... 종일 게임만 하는 건 아니고....하여튼 컴퓨터 앞에서 종일 지낸대요.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지 물었더니 전혀 하지 않는대요.

그 날 참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게임 중독이 아닐까?
강제로 데려가서라도 상담을 좀 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컴퓨터를 없애야 하는거 아니냐...
대안학교라도 넣어야지 그냥 그렇게 두면 안 될텐데...
재수하는 학원이나 과외나....뭐라도 해야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학교에 안 간다는 건 ...공부 때문에 학교를 안 갈까?
친구관계?
담인 선생님과의 관계?
애나 담임선생님이나 친구들도 특별한 일은 없었답니다.
그리고 더이상 들은 이야기도 없답니다.

지금 그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 업마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니 그냥 두고 있답니다.
아이가 화가 나 있으니 마음이 풀리고 스스로 대화를 원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그건 아이를 방치하는 일 아닐까요?
그래도 되는걸까요?
엄마는 컴퓨터가 거실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는군요. 애가 자기 방에 꼼짝 않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다행이긴 합니다.
민이는 지금 ....그냥....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방학처럼 그렇게 지낸답니다.
다른 하고싶은 일은 하나도 없는지....컴퓨터만 하고...

 그 업마는 가슴이 무너지고 아프지만 참고 있겠지요.
그래도 저같으면 컴퓨터를 부셔버리던가....어디 갖다 버리던가...
아이를 병원이나  상담소에 데려가거나 ....
누구를 집으로 데려와서라도 상담이나 대화를 유도 하거나...
그렇게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못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 같고 ...
어떻게든... 무엇이든....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기다려 준다는 엄마의 그 말이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무책임한 엄마같기도 했습니다
.

민이는 내년에 다시 학교에 간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대학에 들어간다고 했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부는 전혀 안하고 있답니다.
민이는 대안학교나 외국이나 실업계 학교에는 관심이 없답니다.
그냥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입학 한답니다.

민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요?

겉으론... 반항적으로 말하고,
알아서 한다고 간섭 밀라고 하지만 ......

사실은..
부모가 자기를 어떻게 좀 해 주기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요?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마음 속으로 더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정말 내년에 복학 할 마음일까요?
복학하면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을까요?
저렇게 지내면 성적은 더 떨어지겠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지내려면 스트레스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

부모가 어떻게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누군가와 대화를 하도록 설득하는 방법이 있겠죠?
그 엄마처럼 그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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