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겨울-기도/독서치료.미술치료

[서평]내 인생의 정원/손진익 지음

 

로미의 정원에 가고 싶다

​ 이야기손

 

이 숲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마법에 걸릴 것이오. 순수로 돌아가는 마법에 걸려 영혼은 태초로 돌아가고 몸은 나뭇잎처럼 바람을 탈 것이오.”

 

내 인생의 정원은 정선의 숲이 일러주는 삶의 지혜를 써내려간 책이다. 숲의 사계를 통해 배우는 삶과 사랑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매일 아침 사랑하는 아내 로미와 산책을 한다.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생의 보편적인 진리에 대해 생각하고 숲을 가꾸며 자연을 통해 깨닫는 삶의 진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손진익은 화학공학을 전공40년간 기업을 경영하며 도전 정신과 탁월한 통찰력으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그는 이제 숲에서 산다.

그는 숲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서로 공격하는 대신 공존과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숲을 보면서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망을 생각한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누구의 것이 아니라 잠깐 머물다가는 모든 생명체의 것이며 숲의 주인은 그들이었다는 저자의 글은 참으로 깊은 깨달음을 준다.

그의 글은 조용히 마음을 열고, 읽으며, 느끼며, 사색하게 한다.

정원은 희미해져버린 지난 삶을 선명한 색으로 되돌려 놓는다. 뜨겁게 끓어오르던 청춘은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여름의 시간으로, 전력을 다하며 삶에 진하게 녹아들었던 중년의 시간은 붉은 단풍 가득한 가을의 시간으로 채색해 놓는다. 그래서 정원을 걷고 있노라면 그렇게 흘러가버린 기억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이보게 아직 청춘인데 벌써부터 노인 흉내 내면 안 되지.” 

80살을 바라보는 저자가 200년 묵은 늙은 적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그에게 특별한 눈과 귀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름다운 동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게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살아있는 소중한 생명이며 친구다.

숲속에서 만난 모든 사물에게서 이야기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며 의미를 부여한다.

백룡어의 전설’,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물고기 형상의 나무에게 생명을 주고 그것이 거슬러온 역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저자는 즐거운 상상으로 한 편의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그는 책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노안이 찾아오는 나이가 되도록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여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그 잔소리까지 사랑으로 듣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표현력과 감성이 뛰어난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시적인 정서가 풍부하다.

시간은 언제나 살아있는 순간, 현재, 오늘 이라는 것, 자연 속에서 인간의 순리를 느끼며 순응하고 감사하는 모습 속에서 맑고 고귀한 영혼이 보인다.

사랑과 행복은 늦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써야합니다.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책 속에는 살아오면서 수 없이 들은 말들, 많은 책에서 자주 읽은 글귀, 시도 때도 없이 주변의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멈추어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읽어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유가 뭘까.

내 인생의 정원은 단순한 로망이나 힐링이 아니라 깊은 사색과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운 삶과 사랑이 녹아있는 책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 자연 속에 안기는 느낌이 든다.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안아주는 문장이 계속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 한다. 자연 속을 걸으며 자신을 치유하는 고요한 시간에 잠겨보고 싶은 시간을 만들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나는 산을 로미의 정원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이곳이 사랑하는 아내 로미와 마지막 생을 보내기 위한 최고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죽을 때까지 자연의 품속에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산은 나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정원의 사계가 수십 번 바뀌는 동안 로미의 손은 더 작아졌고 내 등은 더 굽었습니다. 로미의 정원에 꽃이 피고 지며 봄과 겨울을 수없이 반복하는 사이 로미와 나의 인생도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에필로그중에서

 

 책장을 넘길수록 그들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 깊이 느껴졌다. 로미의 숲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을 설레게도 하였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폰을 꺼내 네비게이션을 열고 로미의 정원카페 어도원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만나고 싶은 풍경, 만나고 싶은 사람이 거기에 있는 듯하여…….

 

반복해서 하는 말도 언제나 처음 듣는 말처럼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노부부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배려와 사랑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로미의 정원을 읽으며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산을 정복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의 눈에는 결코 옹달샘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산을 오르는데 만 집중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체력에만 신경을 쓴다.나무와 숲을 관찰하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며 사는 것 또한 긍정적인 삶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운명으로만 만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가 만나 사랑하게 된 것은 서로의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32-

 

 “자연은 그래서 냉혹한 것이오, 하나를 내주어야만 하나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오. 꽃잎이 개미의 먹이가 되거나 흙이 되어야만 숲이 살아갈 수 있으니

그가 하는 말이 내게 하는 말처럼 마음이 숙연해진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죽어서조차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다.

 

로미, 이제 당신과 나는 누군가가 맞이할 봄이 되어야 해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봄의 밀알이 되었듯 우리도 새로운 봄을 맞게 될 자식들의 밀알이 되어야 해요.’

-26-

 

로미와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나갈 것입니다. 어제보다 허리는 더 구부정해지고 걸음걸이는 더 둔해질 테지만 겨울 산책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231-

 

로미의 정원에 가고 싶다.

메모수첩을 펴서 적고 크게 별을 두 개 그린다.